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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귀환 : 봉준호 감독의 미키17과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 없다

by dorothy1 2025. 12. 31.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에 대한 탐구를 이어왔습니다. 2025년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는 두 작품은 SF와 블랙 코미디라는 서로 다른 외피를 입고 있지만,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생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거장의 품격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귀환한 두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인간'에 관한 근본적인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거장 봉준호와 박찬욱의 귀환
거장 봉준호와 박찬욱의 귀환

 

1. 봉준호의 '미키17' : SF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복제인간의 비애

2025년 초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의 첫 우주 SF 영화이자 역대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할리우드 메이저 진출작입니다.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하되, 봉준호 특유의 뒤틀린 유머와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 가미되었습니다.

  • 독창적인 설정 : 얼음 행성 니플헤임을 개척하기 위해 투입된 '소모품(Expendable)' 복제인간 미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죽으면 기억을 전이해 다시 태어나는 시스템 속에서 17번째 미키가 겪는 실존적 고민을 그려냈습니다.
  • 로버트 패티슨의 열연 : 미키 17과 미키 18의 1인 2역을 맡은 로버트 패티슨은 서로 다른 미키의 복잡한 내면 연기를 완벽히 소화하며 봉준호 유니버스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 기술적 성취 : <설국열차>, <옥자>를 거치며 쌓아온 CG 노하우가 집약되어, 차갑고 황량한 우주의 풍경을 압도적인 영상미로 구현해 냈습니다.

"내가 죽어도 나를 대신할 '나'가 있다는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실존주의적 철학을 '익스펜더블(소모품)'이라는 계급적 설정과 특유의 블랙 유머로 버무려냈습니다. 특히 미키 17과 18이 대면하는 장면은 긴장감과 동시에 실소 터지는 코미디를 선사하며, 인간의 가치가 자본에 의해 수치화되는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2. 박찬욱의 '어쩔수가없다' : 자본주의의 민낯을 그린 블랙코미디

박찬욱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개봉 이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기생충>에 버금가는 흥행 기록을 세우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한국적 상황에 맞춰 각색한 이 작품은 '취업'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박찬욱표 스릴러로 풀어냈습니다.

항목 영화 상세 정보
주요 출연진 이병헌(유만수 역), 손예진(이미리 역), 박희순, 이성민, 차승원 등
핵심 줄거리 25년간 몸담은 직장에서 해고된 만수가 재취업을 위해 잠재적 경쟁자들을 제거해 나가는 절박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사투
주요 성과 제 8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북미 박스오피스 한국 영화 역대 흥행 상위권 기록
연출 포인트 비극적인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블랙 코미디와 박찬욱 전매특허의 탐미적인 미장센

 

<어쩔수가없다>는 평범한 가장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비정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만수의 변명은 영화 제목과 맞물려 관객에게 서늘한 죄책감을 안깁니다. 박찬욱 감독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매혹적인 폭력의 미학을 잠시 내려놓고, 대신 '생활 밀착형 공포'를 가져왔습니다. 재취업이라는 목표를 위해 이웃이자 동료였던 이들을 제거하는 만수의 모습은, 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의 투영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거장들이 남긴 화두 : 영화다운 영화의 힘

두 거장의 귀환은 OTT 플랫폼의 홍수 속에서 '왜 영화는 극장에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압도적인 이미지와 소리, 그리고 긴 여운을 남기는 철학적 질문들은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체험'을 선사합니다.

  • 글로벌 위상 강화 : 봉준호는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색깔을 지켜냈고, 박찬욱은 한국적 소재로 전 세계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 장르의 변주 : SF와 스릴러라는 장르적 틀을 빌려왔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욕망, 생존, 그리고 존엄성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 한국 영화의 미래 : 거장들의 건재함은 후배 영화인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으며, 침체되었던 극장가에 다시 한번 '시네마'의 열기를 불어넣었습니다.

봉준호의 우주와 박찬욱의 일상은 결국 '우리 인간은 누구인가'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만납니다. 미키 17의 차가운 금속성 고뇌와 유만수의 뜨거운 핏빛 사투는 모두 우리가 마주한 부조리한 세상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두 거장이 완성한 이 거대한 담론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전 세계 관객들의 가슴속에 남을 것입니다.